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잘 따라오지 않는다. 주변 어르신이 흔히 하는 말씀이죠,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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젊은 사람은 결코 상상할 수도 없다는 노년의 삶을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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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승진 기자의 더하는 뉴습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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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리포트]<br />
올해 여든 한 살인 이상남 씨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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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년 전 무릎 수술까지 받아 이젠 일어서기도 버겁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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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이상남 / 서울 은평구] <br />
"젊어서는 그럴 줄 몰랐는데. 늙어보니까 몸이 말을 안 들어. 마음은 청춘인데…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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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내와 고통의 시간이라는 노년의 삶은 어떤 건지 궁금했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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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꿈치와 등, 무릎을 밴드로 고정하고, 손과 다리엔 모래 주머니를 달았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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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야를 좁게 만들어주는 안경까지 쓰면 영락없는 여든 살 노인 몸이 됩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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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 걸음부터 저절로 엉거주춤, 한번에 일어나기는커녕 몸 가누는 것 조차 힘에 부칩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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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현장음] <br />
"아이구..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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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유승진 기자] <br />
"이렇게 체험관에서 짧게 체험을 했는데도 벌써 온몸이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아주 힘듭니다. 그럼 실생활에서는 얼마나 더 힘들지 제가 직접 한번 체험해보겠습니다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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평소 가볍게 오가던 산책길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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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절이 말을 듣지 않아 금세 고꾸라지고,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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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단에선 넘어지기 일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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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현장음] <br />
(실제로 그러세요?) <br />
"뻗치지도 못하고, 걸을 때도 다리가 딱 벌어지잖아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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까마득한 지하철 계단, 말을 듣지 않는 무릎 탓에 덜컥 겁부터 납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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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유승진 기자] <br />
"어우~ 어우~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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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려오는 데만 2분이 넘게 걸렸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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좁고 뿌연 시야 탓에 노선도는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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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유승진 기자] <br />
"어어우, 잠시만요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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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우 올라탄 열차. 불과 15분 간 서있는데도 다리는 내내 후들거립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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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을 비집고 나와 또 다시 마주한 계단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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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유승진 기자] <br />
"아 또 계단 아. 계단 너무 많은거 아닙니까, 인간적으로 진짜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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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아휴, 다왔다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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택배 찾기와 냉장고 정리. 설거지와 빨래, 세수까지 집에서도 쉬운 일이 거의 없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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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을 보러 마트로 가는 길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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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널목을 건너다 결국 신호에 걸려 중간에 갇히고 맙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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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야가 좁아진 탓에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차도 보이질 않고 경적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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평소 16초면 건넜을 건널목을 노인의 몸으로 건넜을 때는 32초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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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배 이상이 더 걸렸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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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마트, 높은 선반에 놓인 물건은 집기 어렵고 깨알 같은 글씨와 숫자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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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양호 / 서울 강서구] <br />
"글씨를 좀 굵은 글씨로 해줬으면 좋겠어요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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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인들의 입장이 돼보기 위해, 노인대학 댄스 교실에 입학해 봤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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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현장음] <br />
"체험을 하시겠습니다." <br />
(잘 부탁드리겠습니다)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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흥겨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다보면 신체적 제약도 어느덧 잊게됩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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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현장음] <br />
"그냥 여기 (회원)해도 되겠네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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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현장음] <br />
"노인네들 심정을 알겠네 이제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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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르신들과의 대화에도 진정성이 생겼습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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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유승진 기자] <br />
"어머니 너무 잘하시는데요?" <br />
"하하하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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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함윤숙 / 서울 관악구] <br />
"자식들도 몰라. 늙으면 이렇게 힘드니까 젊었을 때 하고 싶은거 다 하라고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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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박봉선 / 서울 영등포구] <br />
"제일 나이 들고 힘든 건 집에 혼자 앉아 있을 때 외로움…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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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, 노인들을 위한 보다 섬세한 배려가 절실한 시점입니다.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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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이상남 씨]&nbsp;<br />
"한 평생을 허덕이면서 나의 인생이 무엇인고. 이 세상을 험벙덤벙 허무하게도 살아왔네." 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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채널A 뉴스, 유승진입니다.<i class="fa fa-language transViewIcon clickable" title="Translation"></i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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